Monday, August 31, 2009

유엔환경계획이 4대강 사업을 긍정 평가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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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0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 등이 우리나라 4대강 사업 등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몇 가지 생각이 든다. 여기서는 유엔환경계획 한국 보고서의 내용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정부들어 계속 대운하 및 4대강 등 절대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는 토건사업 프로젝트를 '녹색'으로 포장하는 2MB 정부의 어젠더 선점 및 언어 구사 능력은 이후에 시간을 내어 별도로 고찰을 하고자 한다.

내가 궁금한 점은 어떻게 해서 유엔환경계획이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내막을 알지 못하고 보고서 작성자를 알지 못하기에 정확한 사실은 모르지만, 십중팔구 짐작컨데 보고서 작성을 위한 연구 소스의 제한이 1차 문제인 듯 하다. 보고서 작성을 하려면 연구팀이 결성되고, 해당 주제 관련 기존 문헌을 검토하며 최신 현황 자료를 구할텐데, 연구자가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않는 이상 영문 문헌 등을 우선시 할 것이다. 문제는, 많은 환경단체들 및 진보적 지식인들이 비판하는 논점이 얼마나 영문 원자료로 존재하느냐 일 것이다.

여기서 원자료라 함은 주요 일간지 및 잡지 (해외/국내 발간 모두 포함), 전문 학술지, 해당 국가 부처 발행 보고서, 국제기구 발행 보고서 등일 것이다. 한국 녹색사업 등에 대해서는 이번에 유엔환경계획이 한국을 첫 보고서 작성 사례로 삼았다 하니 국제기구에서 나온 관련 보고서는 기타 사례가 없을테고, 우리나라 환경부 등에서 유엔환경계획에 제공했을 영문자료는 정부 입장을 대변했을테니 일단 열외. 결국 주요 일간지 및 잡지, 전문 학술지가 남는데, 여기서 주요 일간지는 정부 대변지와도 같은 조선, 중앙 등이 남는다. 그나마 일간 단위로 영문 기사가 꾸준히 제공되는 곳은 재력과 자원을 갖춘 이들 '메이저'급 신문사들인데, 이들의 기사는 그 동안 비판받아 왔으니, 그 자료의 가치는 짐작할 만 하다.

우리나라 일간지 아닌 외국 소재 일간/주간/방송매체 발행 기사는 어떠할까? 안스럽게도 비판적 해설기사는 그 다지 많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 친구 및 동료들과 청계천 관련 얘기를 나눌 때 마다 느끼지만 외국발 기사들은 대부분 청계천 완공 초기 당시 발행된 장미빛 기사들이 대부분이며 이후 실제 현황의 비판적 해설 기사는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청계천은 친환경 정책의 모범사례처럼 회자되는 것이 현실이며, 그 조급한 실행 및 의견수렴의 부재 등으로 인한 폐해는 그닥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현정부에서 주창하는 녹색성장도 외국에서는 모범적인 사례로 회자되는 것이 현실. 그 사업이 얼마나 자연에 반하는 콘크리트 토건사업인지, 그 사업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지만 그 예산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다른 사회정책의 집행이 위축되는지 등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대안녹색성장 정치경제학의 비판적 고찰이 부재한 것이다. 이들 외국 일간/주간지 역시 정보 취합 일차 원자료에는 조선/중앙 같은 한국내 주요 일간지에서 제공하는 영자 기사들이니, 김대중 전임 대통령 관련 인생역정을 담은 홍보문을 조선일보 영자지를 참조하여 작성하는 것과 같은 왜곡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번 조선일보 영자지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 이후 인생역정을 소개하면서 주로 대통령 취임 이전 고난을 소개하고 취임 이후 업적에 대해서는 아주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다).

마지막 남은 것은 전문 학술지인데,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영문 학술지가 외국인에게 1차 소스 중의 하나라고 한다면, 우선 시차 문제가 있다. 대개 학술지 투고 절차상, 학술논문이 제출되면 채택되어 발간될 때 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이 걸린다. 그러니 요즘에 나오는 한국 정책 관련 학술논문의 경우 (그 나마 존재한다면), 이전 국민의 정부 또는 참여정부 당시의 정책에 대한 것이지 아직 현정부 취임 이후 정책에 대한 것은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정책 관련 논문 성격상 실행되지 않은 정책 보다는 실행된 정책에 대해 비판적 접근을 하기 마련이니 아직 실행 초기인 4대강 및 대운하 사업 등에 대한 논문은 아직 영문 학술저널에 발간되지 않았을 것이다.

영문 학술지 관련 두 번째 문제는 일단 한국 사회경제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 논조의 학술논문의 발간 빈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내 연구분야가 도시개발/재생/재개발/주민참여 등이라 관련 논문을 자주 검색해보곤 하지만, 단언컨대 최근 10년 이내 주요 학술지에 상기 주제 관련 학술 논문, 더 나아가 비판적 관점의 영문학술논문은 손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영문학술지가 전부는 아니요, 국내 학술지에는 종종 비판적 논문이 실릴 것이긴 하나, 외국인 연구자, 외국 정부, 국제기구 등에서 참고하고자 하는 학술논문은 일단 영문논문인 것이 아쉽지만 인정해야 되는 요즘이다. 비판적 관점으로 한국의 사회경제적 현실에 접근한 논문의 부재에는 또한 한국 비판적 지식인의 역할과도 연계가 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후 다시 얘기하고자 한다. 대학교수/연구원의 예를 들어 간단히 언급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많은 역할을 요구받는 다는 점이며, 종종 연구자가 아닌 저널리스트의 역할도 요구받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전문적 비판자 역할을 수행하는 환경단체 등에서의 보고서는 대부분 국문 보고서이며, 외국연구자가 참고할 수 있는 영문보고서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국내 시민단체 대부분이 겪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라 할 수 있다. 역량있는 활동가들은 있으나 적은 숫자로 많은 이슈에 대응하려니, 외국시민단체의 상대적으로 풍부한 활동기반은 환상처럼 보인다.

결론은, 국제기구에서 발간된 영문보고서의 편향성은 일차 소스의 편향성에 크게 기인하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국제기구 내부 연구팀의 연구 성향 및 관점은 별도로 파악해 볼 문제이다. 아무리 다양한 관점의 연구 자료가 풍부하더라도 연구자가 제대로 취합, 분석하지 못하면 좋은 연구결과가 나오지 못할테고, 겉핧기 식으로 훝었으면 그 역시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 comment:

Koki said...

놀랍다기 보다는 짜증이 나는 소식이구만..
책임도 느껴지기도 하고..

그나저나 청계천 마케팅은 정말 먹히는 모양이더군. 재임시절 동아시아 모범사례 어쩌구하던 가디언 기사도 그렇지만 대통령 취임이후 가디언에서 녹색성장을 2면으로 다루는걸 보고...정말 기함했었어.

에구. 만만치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