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13, 2003

회고 - SARS in Beijing 2편

아래 글에 이어 북경에서의 사스 관련 당시 작성글 2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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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S in Beijing (2)
- residents' panic (?)
북경, 18 April 2003

두번째 얘기입니다.

요 며칠 동안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가급적 외출을 삼가하고 있답니다. 외출시에는 마스크를 끼고 다니고...근데 이 마스크를 끼면서 오히려 마스크 착용한 사람을 보고 쫌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수정이의 경험담 한 가지...

수정이는 요즘에 북경에 있는 한국학생들 영어 가르치고 있답니다. 직장찾기전까지 생활비 벌이를 하고 있지요. 사스가 번창해도 아직 대부분의 학교가 수업을 계속 하는지라 (앞으로 상황이 어케 변할지는 모르지만...) 찝찝한 가운데서도 계속 알바하는 한국학생 집으로 버스를 타고 다닙니다. 차비가 좀 비싼 편인지라 승객들이 꽉 차는 경우는 드문 버스이지요. 수정이, 버스에 마스크를 끼고 올라타니, 표 파는 차장, 흘깃 보다니 실실 쪼개며 왈, "어, 마스크 했네?"

같은 버스는 아니지만, 다른 버스에 올라타니, 차장과 운전사 서로 떠드는 말, "마스크를 끼면서 유난을 떠네, 어쩌네..."

어제인가 그제 신문기사를 통해 본 분은 아시겠지만, 중의약방으로 유명한 북경 동인당에서 4만병의 탕약을 시판한지 두어시간만에 매진되어서 추가 제약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당 간부들에게만 판다고 하는 사스 예방약 (물론 사기지만)은 적정가격의 50배 이상으로 팔린다고 하구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북경사람들 모두 공황상태에 들어간 것 같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공황상태에 들어간 사람들은 일부인 것 같습니다. 그 일부라는 범주에는 "식자층", "부유층" 같은 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 온 이후로 사스에 대해 심각하게 얘기한 사람들 몇 명 예를 들면,

- 친척중에 병원 의사가 있는 사람;
- 아버지가 당 간부로서 북경시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사람;
- 유명 연구소 등지에 근무하면서 사스확산 소식을 미리 접했던 사람 등이 였지요.

우리가 길 다니면서 자주 보는 일반 공민들 (근처 건축현장 노가다, 식당 여종업원, 버스기사, 차장, 매일 일터로 만원버스타고 다니는 사람들, 아파트 지하실 방에서 살면서 일나가는 외지출신 아줌마들 등등)이 사스에 대한 소식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나마 정부에서 걸른 뉴스를 접하며 사는 이들에게 "WHO는, 북경시에서 발표한 사스환자수 37명 보다 더 많은 100-200명의 환자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라는 소식은 도저히 접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사실 이 사람들에게 37명이니, 또는 많게는 200명이라는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고도 봐야 합니다. 뻑하면 여름철 홍수나서 몇 백명 죽어나가는 13억 인구 중국, 그리고 인구 천2백만명 되는 북경에서 몇 십명 환자가 발생해서 몇 명 죽었다라는 정부 발표는 말 그대로 "그런가보다" 라는 이상의 반응을 얻기 힘들다는 얘기지요. 그러한 상황이다 보니, 전철을 타거나 버스를 탈 때에도 마스크를 낀 사람은 백명중 한명도 채 되지 않는 것이 오늘 어제 일입니다.

반면, 앞서 얘기한 "식자층", "부유층"은 정보수집에 빠른 사람들이지요. 홍콩에서 뭔 일이 벌어지는지, 아시아 다른 나라로 얼마나 피해가 가는지, 캐나다에 가 있는 친척이 안부전화 정도 걸어올 수 있는 사람들, 일년에 한두번 외국에 나가 휴가를 즐길 정도의 재력이 있는 사람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인터넷을 통해 외국뉴스를 접할 수 있는 사람들, 또는 이미 사스에 걸린 사람이 다니던 직장 사람들 (이 경우, 어느 직장에 누가 걸렸다라는 소식은 입소식이 아니면 쉽게 전파되기 어렵습니다...)이죠. 참, 주변에 당간부나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군요.

이렇게 보면, 사스라는 역병에 대처하는 방식도 (권력, 정보, 돈을)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겠지요? 마스크를 끼고 사스가 무서워 외출을 안 나가는 것은 '가진 자'의 '유난스러움'으로 파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하였든, 마스크를 낀 사람에 대한 '빈정거림'은 '유난스러움'에 대한 표현이 아닐런지...

앞의 글에서 조사작업이 취소되었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시간부에 따르면, 사스방역작업에 모든 시관리, 부서가 총동원되어 도와줄 여력이 없다라는 것이 한 가지이고, 두번째는 일반 주민들이 조사하러 나온 조사자들 만나기를 꺼릴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외출하면서 접하게 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조사자 만나기를 꺼릴 것 같은 사람들은 제가 느끼기에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정부에서 나온 관리나 정부산하 연구기관에서 조사나왔을 경우에는요 (참고로, 중국같은 곳에서 공식기관을 끼고 설문조사하면 설문지 회수율이 100%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무시못한다는 얘기죠).

한 가지 그들이 얘기하지 않은 이유중의 한 가지는, 물론 100% 추측이지만, 외국인인 제가 같이 다니다가 혹여 사스에 감염되어 위험해질 경우 정부가 난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북경시에서 사스에 대한 공식발표가 난 것도 사실 외국인이 북경에서 사스로 인해 사망한 직후였으니까요.

사스를 통해 중국사회의 일면을 좀 더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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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결국 북경을 떠나고 몇달뒤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래 첨부 사진은 북경을 떠나던 때의 공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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