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0, 2005

어느 런던 부모의 마음

요즘에는 계속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니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물론 대부분의 일은 수정이가 대신 하느라 나보다 더 고생을 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오늘 오전에 보러 간 집은 빅토리안 풍의 집으로, 3층 높이의 고즈넉한 집이었다. 이러한 집은 보통 한 층에 한 가구, 또는 두 가구가 살 수 있도록 나누어 단장을 하고 세를 놓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본 곳은 그 옆에 딸려 차고지 같은 곳을 개조하여 세를 놓을려고 내놓은 곳. 집주인에게 사전에 얘기를 듣고 상상한 것 처럼 별로 마음 내키지 않는 구조였다. 물론 우리의 마음은 그 집에서 떠나 있었지만 정작 그 집이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그 집의 집주인 부부.

우리를 집앞에서 맞이한 그 부부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얼굴이 다소 벌겋게 상기되어 있던 남편은 집을 보고 돌아서려는 우리를 붙잡고 한참을 이 얘기 저 얘기 하더니, 종국에는 슬쩍 돌아서며,

"이거 내가 얘기하기 좀 낯 부끄럽지만, 우리 딸애가 이번에 캠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 전공에 합격했다" 라며 우리에게 뜬금없는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그 모습에 우리 역시 기분 좋아져 축하한다는 말을 한참 해주고 돌아섰다. 자랑하고픈 마음에 낯선 사람에게 마저 그 얘기를 전하고 싶었던 그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하니 길 따라 걷던 우리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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